Ⅰ. 머리말
오늘 끝까지 다 읽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 어쩌면 그동안 정면으로 직면하기를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문중의 존경하는 어른 스님이시고, 가까이서 개인적으로 잘 모시지 못한 죄송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스님께서 2010년에 입적하셨기에, 2020년 올해로 말하면 10주년이 된다. 이제는 좀 더 객관적으로 스님의 사상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후학으로써 도리가 아닌가 한다.
주로 수필이다 보니, 법정스님(이하 법정으로 약칭함)의 사상에 대한 연구는 많지는 않다. 생애를 따라서 3시기로 분류할 수 있다. 제1시기는 사회 민주화운동에 대한 조명이다.
법정은 5.16혁명 이후 군사정권에 맞서다 계엄법정에서 15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정b(1974, 62.), 당시의 심경을 ‘섣달그믐 흩어졌던 이웃들이 /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나누는 정다운 제야(除夜) / 나는 검은색 코로나에 실려 / 낯선 사벽(四壁)의 초대를 받는다. / 밤새 컷 냉수를 마셔가며 / 진술서에 강요된 자술서(自述書)를 쓴다.’고 했다.
제2기는 1975년 송광사 불일암 시대이다. 이 시기에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등의 많은 수필과 『법구경』, 『숫타니파타』와 같은 초기불교 경전 번역서들이 간행되었다. 1976년에 간행된 『무소유』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시기의 핵심된 주제는 ‘무소유’와 ‘상태주의’적인 측면이다. 이 시기와 관련된 연구는 법정수필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 자연 친화적인 생태주의적 사유, 일반적 수필과 법정수필의 차이점을 고찰한 학적 평가, 『무소유』에 나타난 본래무일물과 관련하여 선적(禪的) 사유, 선차문화(禪茶文化)와 관련된 영역 등이 있다.
마지막 제3시기는 1992년경 송광사를 떠나서 강원도 산골로 은둔한 시기이다. 이후로 길상사를 중심으로 전개한 운동이 ‘맑고 향기롭게’ 사회운동이다. 이것과 관련된 연구는 아직 없다.
법정(法頂)사상의 핵심 키워드는 ‘무소유’임에 분명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가 무소유와 관련시키면서 법정사상은 이러저러하다고 이해하는 해석학적 접근이 주류를 차지한다. 그런데 법정의 무소유를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 연구도 하나 있다. 그것은 ‘법정의 수필에 숨은 자기-기만, 모순 그리고 위선’ 이란 논문이다.
여기서 논자는 무소유 사상이 산업화시대에 실패한 이들, 한국인에게 위안과 안전감을 제공하였지만, 동시에 실제 세계에 대한 관계를 방해했다고 비판한다. 다시 말하면 논자는 소유의 세계를 부정하지 않고 인간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본고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법정의 『무소유』를 중심으로 살펴볼 때, ‘과연 소유와 무소유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점이다. 이점은 기존 연구들에서 많이 거론된 주제이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자라나 처음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대를 살았던 법정과는 다르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필자로서는 소유문제를 다시금 질문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본고의 입장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더욱 격렬한 소유의 경쟁 시대가 될 것이고 인간은 이곳에서 더욱 심각한 형태로 소외의 고통받는다면, ‘정신 위생적’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무소유의 수행을 어떻게 할지?’ 하는 점이다. 그래야 소유를 강제하는 현실과 관계에서 ‘끊임없이 인내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는 명상의 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