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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회심(回心), 무소유 명상작업(5)
-법정(法頂)스님의 『무소유』를 중심으로
기사입력 2021-02-01 오후 2:37:00 | 최종수정 2021-02-01 14:37        
연재5:
회심(回心), 무소유의 명상작업
-법정(法頂)스님의 『무소유』를 중심으로
Ⅰ. 머리말
Ⅱ. 소유관념
1. 소유시대에 대한 비판적 저항
2. 소유와 무소유의 개념
Ⅲ. 무소유의 명상
1. 회심(回心)의 명상작업
2. 무소유와 자비
Ⅳ. 맺는 말
.................................................................
2. 소유와 무소유의 개념
이렇게 보면, 소유의 첫 번째 의미는 외적인 대상 관계에서 경험하는 ‘집착’, ‘얽매임’이라면, 무소유는 물건이나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음’이고,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홀가분함’이다.

두 번째 소유의 의미는 외적인 물적 대상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내적인 정신적인 ‘소유관념’을 말한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경우가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라는 구절에 대한 해석이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이 구절은 『육조단경』에 나오는 신수의 게송을 반박하는 혜능의 게송에서 비롯된다.

(인경, 2000. 이 구절은 8세기 중엽에 편찬된 燉煌本 『六祖壇經』(T48, 338a, 菩提本無樹 明鏡亦無臺 佛性常淸淨 何處有塵埃)에는 없고, 10세기 중엽의 惠昕本과 13세기에 편찬된 德異本(T48, 349a, 菩提本無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육조단경』에서 ‘물건[物]’이란 용어는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먼저 닦아야 하는 마음의 ‘번뇌’를 상징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불성(佛性)을 가리키는 마음의 본래적 ‘청정성’을 가리킬 때도 있다. 여기에 근거해서 보면 ‘무소유’가 우리의 본래적인 청정한 성품이라면, 반면에 ‘소유’는 외적인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반응(reaction)이다.

"우리들이 겪는 어떤 성질의 고통은 이 물건으로 인해서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중에도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물(物) 자체에서보다도 그것에 대한 소유관념 때문인 것이다. (본래무일물/경향신문, 1970.5.)"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부터 한 물건도 없다는 이 말은 선가에서 차원을 달리해 쓰이지만 물(物)에 대한 소유관념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본래무일물/경향신문, 1970.5.)"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에 대한 반응으로서 ‘소유 관념’ 때문이다. 법정(法頂)은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에서 물(物)을 ‘소유 관념’으로서 번뇌로 해석한다. 비행기나 도넛과 같은 물건 자체가 번뇌는 아니다. 그 물건을 향한 갈망, 반응으로서 소유 관념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만약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설사 관습적으로 반응해도 집착된 소유관념이 없다면, 소유하여도 소유하지 않는 게 아닌가? 그러면 윤리적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않는가? 보통의 수준에서 사치스럽지만 않다면 우리는 집이나 자동차나 핸드폰을 소유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결과적으로 ‘무소유’란 ‘적절하게 소유하되 소유 관념이 없으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은 수정안처럼 보일 수 있다. 왜냐면 소유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디의 경우는 『간디 자서전』에서 최소한의 소유를 요구한다. 왜냐면 나의 생존은 타자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의 소유, 이를테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타자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의 비폭력은 무소유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사실 소유나 무소유란 그 말 자체만 보면 구체적인 기준점을 제시하는 개념이 아니기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마치 ‘키가 큰 사람만 모여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에 190과 같은 기준점이 없기에 결코 키 큰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키가 크다’는 것은 소속한 사회집단의 일반적 통념에 기반한 판단이다. 소유나 무소유도 중세냐 현대냐 시대에 따라서, 그리고 그가 소속된 단체에 따라서 크기와 외연이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단지 여기서 초점은 ‘물건’에 대한 소유보다는 그것들에 대한 ‘소유 관념’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분명 물건에 대한 소유 관념이 없다면, 고통을 받지 않는다. 왜냐면 소유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잃어버린 바도 없다. 그래서 법정은 이것의 검증기준을 소중하게 여긴 물건을 도적 당했을 때,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곧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도독이) 뒤주에서 쌀을 한 가마 잔뜩 퍼내긴 했지만 힘이 부쳐 일어나지 못하자, 노스님은 지게 뒤로 돌아가 도독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지그시 밀어주었다. 이튿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독이 들었다고 야단이었다. 노스님은 아무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무일물/경향신문, 1970.5.)"

도독과 노스님의 사례를 보면, 소유와 무소유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소유는 훔치고 야단친다. 여기에는 '나'와 '나의 것'이란 소유 관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유 관념이 없다면 소유하지만 실제로는 소유하지 않음과 같다. 그래서 노스님은 도독에게 가져가라고 쌀가마를 지그시 뒤에서 밀어준 것이다. 이 사례는 사실상 무소유로부터 자비와 베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소유양식에 집착된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자본사회에서 소유는 불가피하다. 농경사회에서는 자급자족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기계의 발달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는 분리되었다. 소비자는 스스로 필수품을 생산하지 못하기에 생존을 위해서는 교환해주는 화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이러할 때 승려는 탁발을 한다(잊을 수 없는 사람/신동아, 1940.4.). 탁발은 논경 사회의 유물이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탁발을 하면 음식이 아니라 돈을 준다. 오늘날은 가짜 승려들이 탁발을 이렇게 활용하면서 금지사항이 되었다.

반면에 가난하여 돈이 없는 도적은 훔치는 것이다. 이런 도적에게 정신적 건강 차원이라고 하지만 엄격하게 무소유를 강조하는 것은 무리한 점이 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도독질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 역시 문제가 많다. 이런 곳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자비는 자리를 잡을 틈이 없다. 때문에 필자는 소유를 물건 자체보다도 물건에 대한 ‘집착’이나 ‘소유 관념’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방식은 적절하다고 본다.

사회심리학을 창안한 에리히 프롬(1976)의 경우에는, 법정의 『무소유』와 같은 해에 출간된, 『소유냐 존재냐』에서 현대 문명의 재앙, 병폐를 소유양식으로 보고 대안으로 존재 양식을 제시한다. 법정과 마찬가지로 그는 소유양식의 인간은 물질적으로 ‘돈이나 땅, 그리고 자식’ 뿐만 아니라, ‘명성, 사회적 지위, 지식’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에 ‘얽매여’ 있다고 말한다.

생텍쥐페리(1943)의 『어린 왕자』에서는 소유양식을 어른으로, 무소유의 존재 양식은 아이의 입장으로 표현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법정이 가장 애독하고, 추천하는 책은 바로 『어린 왕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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