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7:
회심(回心), 무소유의 명상작업
-법정(法頂)스님의 『무소유』를 중심으로
Ⅰ. 머리말
Ⅱ. 소유관념
1. 소유시대에 대한 비판적 저항
2. 소유와 무소유의 개념
Ⅲ. 무소유의 명상
1. 회심(回心)의 명상작업
2. 무소유와 자비
Ⅳ.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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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심(回心)의 명상작업
이것은 이전의 관점과 전혀 다른 관점으로 확 바뀐 것이다. 나[我]는 그렇고, 그런데 이미 팔린 땅[我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부터 팔린 땅에 대해서도 애착이 가지 않았다. 그것은 본래 사찰 소유의 땅이 아니었을 것이다. 신도들이 희사를 했거나 아니면 그때까지 주인이 없던 땅을 절에서 차지한 것일 게다. 그러다가 인연이 다해 내놓게 된 것이다.
땅이 팔렸다고 해서 그 땅이 어디로 간 것이 아니고 다만 소유주가 바뀔 뿐인 것이다. 이날부터 마음이 평온해지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었다. 그토록 시끄럽던 불도저며 바위를 뚫는 컴프레서 소리가 아무렇지 않게 들려왔다. (회심기/세대, 1972.12.)"
"남들을 향해서 곧잘 베풀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나 자신은 무엇을 얼마나 베풀어 왔느냐. 지금 저 소리는 집이 없는 이웃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서 터를 닦는 소리다. 이 소리도 못 듣겠다는 게냐?
그리고 일터에는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밤잠도 못 자가며 땀을 흘려 일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저마다 몇 사람씩 부양가족이 있을 것이다. 그들 가족 중에는 지금 입원환자도 있을 거고,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회심기/세대, 1972.12.) "
물론 회심은 쉽지 않다. 기존의 관점, 굳어진 관념을 깨뜨려야 가능하다. 굳어진 껍질은 매우 단단하여 불도저나 컴프레서로 박살을 내야 한다. 이게 논박(論駁) 작업이다. 논박이 어려운 이유는 스스로 믿어온 신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자신의 생각을 논박하여 생각을 바꾸는 어려운 작업이다. 오히려 논박의 대상이 집착되고 편향된 자신의 생각들이면 쉽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떠받치는 신념을 깨뜨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논박의 대상은 처음에는 직접적으로는 땅의 소유주 문제, 시끄럽게 잠을 방해하는 불도저와 컴프레스 소리이고, 나중에는 아파트를 건설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에게 딸린 부양가족들에 대한 배려로 점차로 확장된다.
여기 회심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내용은 요약하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나 자신 승려로서의 진퇴와 관련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연결된 사물들과 이웃들이다. 결국 나[我]와 나의 것[我所]에 관한 소유 관념에 대한 논박이다.
이렇게 『무소유』에 나타난 ‘논박’은 타인에 의해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고정관념을 향하여 ‘~가 아닌가?’ 하면서 반대증거를 제시하면서 굳어진 소유 관념이나 신념의 껍질을 깨뜨리는 일종의 통찰작업이다.
이런 점에서 ‘회심(回心)’은 집착된 소유의 마음을 전환하는 ‘통찰 명상’이다. 회심, 이게 명상[禪]인 이유는 ‘순수한 집중인 동시에 철저한 자기 응시(침묵의 의미/사목, 1974.9)’에 근거한 까닭이다.
이렇게 하여 회심을 통한 명상의 효과는 이렇다. ‘생각을 돌이키자 그토록 시끄럽고 골이 아프던 소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렸다.’ 그럼으로써 종래의 사고와 가치의식이 아주 달라져 버렸다.
곧 그것은 ‘혼자만이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자각이다. 함께 살아감이란 이것은 마음의 공사판처럼 ‘새롭게 살아가기’의 정신적 터전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상, 회심의 명상작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된다.
-제1단계, 집착과 고통의 직면, 원망과 저주
-제2단계, 문득 깨달음과 직관적 수용, 본래무일물
-제3단계, 회심의 논박작업, 인연이 다함과 노동자의 가족을 고려함
-제4단계, 새롭게 살아가기, 자비로서 어울려 살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