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H의 부모 만나기
내가 바다를 처음 만났을 때 바다에게 다가온 환영을 나마져도 그 환영을 보는 듯 전이되었던 상황 속으로 들어가려한다. 바다의 남편은 빚을 바다에게 담보한 채 남겨놓고 한 순간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남겨진 빚을 갚지 못하고 매일 매일 가슴 조이던 그 죄책감으로 바다는 늘 빚쟁이에게 쫓기는 환영幻影의 시달림을 받았다. 나는 영상관법을 통해서 그들 가운데 대표적으로 빚진 H의 부모를 만나도록 안내했다. 아니 바다 스스로 더 빚쟁이와 만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두 무릎을 꿇은 채 죄인으로 돌아가 울고 있었다. 아마도 그 울름은 분노와 두려움, 억압 그리고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통곡이었으리라. 그녀의 무릎은 이미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고 촉촉하게 적셔져 있었다.
죄송하고 정말 죄송하고 용서해 주시고 제가 살아서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아드님 그 자제분한테라도 돌려드릴 수 있게 그렇게 저를 좀 도와주세요.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제가 그 정말 자제분한테라도 꼭 되돌려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저한테 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항상 제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그 죄송한 것이. 이런 말로써 치유가 되고 용서가 되겠습니까마는 어찌됐든 저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우리 아이들이 잘 되고 그러면 분명히 제가 그거를 해결하겠습니다. 약속해요. 죄송합니다. (상담 7회기)
“내가 이렇게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아도 되는 건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쉬지 않고 그동안 일을 했다고 고백했다. 살아서 언젠가 돈을 만질 수 있다면 아드님 H를 잊지 않고 찾아 빚을 갚겠다고 맹세했다. 무엇보다도 영상관법을 통해서 H의 부모님을 뵙고 나니 마음속이 좀 편안해 졌다고 했다. 그리고 언제나 진심으로 꼭 그분들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숨이 가쁘도록 오늘까지 힘겹게 달려 왔다고 했다. 나는 바다에게 H부모와 만난 느낌을 물어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이렇게 대답했다.
돌아서가세요 뒷모습이 보이고요 돌아서 가시니까. 감사하고 제가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스님 제가 꼭 돈을 벌든지 모으든지. 10분의 1이 됐든 그 분 자제 분한테라도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그게 됐으면 진짜 죽기 전에 했으면 좋겠습니다. (상담 7회기)
비록 지금 빚을 다 갚지는 못했지만, 바다는 영상관법을 통해서 빚진 H의 부모님을 만나서 속 시원하게 그동안 사정들을 털어 놓고 용서를 빌었다. 여유가 생기면 TV에 나가서라도 H를 찾아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했다.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말로라도 약속을 하고나니 정말 속이 후련 합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바다는 영상관법 끝부분에서 환희 스러워했다. 평생 끌려 다니던 죄책감이 그만큼 그 무게가 얼마나 힘겨웠음을 연구자는 직감할 수 있었다.
동진스님(명상상담평생교육원교수 / 상담심리학박사)